달려가면 구례읍과 문척면을 연결해주는 1970년대 지어진 문척교 아래

전남 구례 사성암 입구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폭이 2m 정도 되는 자전거 도로에는 파란 줄이 그어져 있다. 섬진강 자전거길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벚나무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새하얀 벚꽃 흐드러졌던 그 자리 단풍으로 물들면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페달을 밟자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달려든다. 왼편으로 보이는 섬진강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전날 비가 내려 강물이 불었다고 했지만 깊어 보이지 않았다. 강 너머로 아파트와 건물들이 보이는 것을 보니 구례읍이다. 확 트인 하늘 위로 하얀 뭉게구름이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길, 두 바퀴는 행복하다. 차도와 함께 달리던 길이 두갈래로 갈라졌다. 조금만 달려가면 구례읍과 문척면을 연결해주는 1970년대 지어진 문척교 아래를 지나는 길이다. 강을 내려다보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 같다. 강을 마주 보고 있는 밭에는 콩과 옥수수, 들깨 등이 넘쳐났다. 노랗게 익어가는 감나무를 따라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을 들이마시고 깊게 내뱉었다. 두 발에 힘이 들어갔지만 등 뒤에서 살포시 안아주는 지리산 햇살이 뭉친 가슴을 달래준다.